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상추는 씨앗을 심고 30~45일이면 밥상에 오릅니다.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반신반의했는데, 직접 키워보니 진짜였습니다. 다만 그 짧은 시간 안에 놓치면 안 되는 타이밍이 몇 가지 있고, 저는 그걸 하나씩 실패를 통해 배웠습니다.

파종 — 씨앗이 작다는 게 이런 함정일 줄 몰랐습니다
상추(Lactuca sativa)는 국화과 일년생 채소로, 봄(3~5월)과 가을(9~10월)이 파종 적기입니다. 기온이 서늘한 시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두 시기를 벗어나면 재배 난이도가 확 올라갑니다.
파종 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. 파종용 흙을 화분에 채우고 씨앗을 1~2cm 간격으로 뿌린 다음, 씨앗이 살짝 보일 정도로만 얇게 흙을 덮고 분무기로 촉촉하게 적셔주면 됩니다. 보통 3~7일이면 발아가 시작됩니다.
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. 상추 씨앗은 호광성 종자(光好性 種子)입니다. 호광성 종자란 발아할 때 빛이 있어야 발아율이 높아지는 씨앗을 말합니다. 흙을 두껍게 덮으면 빛이 차단되어 발아율이 뚝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. 저도 처음엔 이 개념을 몰라서 "혹시 마를까봐" 흙을 두껍게 덮었다가 발아가 절반도 안 된 적이 있었습니다.
씨앗이 워낙 작다 보니 간격을 맞추는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. 제가 처음 파종했을 때는 결국 포기하고 화분 전체에 그냥 쏟아버렸습니다. 발아는 잘 됐지만, 그게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.
솎아내기 — 아까워서 뒀다가 흰가루병이 생겼습니다
발아 후 떡잎이 올라오면 3~4cm 간격을 유지하도록 솎아내기를 해야 합니다. 솎아내기란 빽빽하게 자라는 어린 모종 중 일부를 뽑아내어 남은 모종이 충분한 공간과 통풍을 확보하도록 하는 작업입니다. 이걸 제때 안 하면 잎과 잎이 서로 맞닿아 습기가 차고, 그 사이에서 병해가 시작됩니다.
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. 힘겹게 발아한 어린 새싹을 뽑아버리는 게 손이 잘 안 가는 겁니다. '조금 더 두면 괜찮지 않을까' 하고 미뤘다가, 잎 표면에 흰 가루가 피어나는 걸 발견했습니다. 흰가루병이었습니다. 곰팡이성 병해로, 통풍이 나쁜 환경에서 급속도로 번집니다. 결국 화분 절반을 포기해야 했습니다.
그 이후로는 떡잎이 나오는 즉시 과감하게 솎아냅니다. 솎아낸 어린 상추는 크기는 작아도 먹을 수 있으니, 아깝다고 느끼는 분들은 샐러드에 넣어보시길 권합니다. 저도 그렇게 마음을 달랬습니다.
수확 방식도 여기서 연결됩니다. 상추는 한꺼번에 다 뽑지 않고 바깥 잎부터 하나씩 따는 방식을 써야 합니다. 가을에 다시 도전했을 때 이 방식으로 수확했더니 한 화분에서 두 달 가까이 계속 잎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. 처음 이 방식을 알기 전에는 어느 정도 크면 통째로 뽑아버렸는데, 솔직히 그때는 절반도 못 쓰고 버린 셈이었습니다.
솎아내기와 수확, 이것만 기억하세요
- 떡잎 출현 직후, 지체 없이 3~4cm 간격으로 솎아내기 실시
- 솎아낸 어린 잎은 버리지 말고 그대로 식재료로 활용
- 수확은 바깥 잎부터 한 장씩 — 이 방식으로 한 화분에서 최대 두 달 연속 수확 가능
- 통풍 확보가 흰가루병 예방의 핵심. 빽빽한 상태를 절대 방치하지 말 것
추대 — 여름에 한 달도 안 돼서 포기했습니다
상추 재배에서 가장 많이 당하는 함정이 여름 재배입니다. 저도 "베란다 환경이 그렇게 덥진 않겠지" 하고 7월에 파종했다가 한 달을 못 버텼습니다. 문제는 추대(抽薹) 현상이었습니다.
추대란 식물이 꽃을 피우기 위해 꽃대를 위로 뻗어 올리는 현상을 말합니다. 상추는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추대가 빠르게 진행되는데, 이 시점부터 잎이 급격히 질겨지고 쓴맛이 강해져 먹기가 어려워집니다. 제가 직접 씹어봤을 때 그 쓴맛은 평소 상추와 완전히 다른 수준이었습니다. 쌈으로 먹는 건 불가능했습니다.
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채소류 재배력에 따르면, 상추의 적정 생육 온도는 15~20°C 범위이며 고온 환경에서는 추대 촉진과 함께 품질이 현저히 저하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(출처: 농촌진흥청). 제 경험상 이건 수치가 아니라 현실입니다. 여름에 상추를 심고 싶다면 반그늘 환경이나 차광막 설치를 고려해야 합니다.
또한 상추가 서늘한 기후를 선호한다는 특성은 품종 선택과도 연결됩니다. 적상추, 청치마상추 등 일반 품종은 고온에 취약하지만, 최근에는 내서성(耐暑性)이 강화된 품종들도 개발되어 있습니다. 내서성이란 고온 환경에서도 추대나 품질 저하 없이 버티는 성질을 말합니다. 종묘상에서 "여름용"이라고 표시된 품종을 선택하면 조금이나마 낫습니다. 다만 제 경험으로는 여름 재배는 가을로 미루는 편이 훨씬 낫다고 봅니다.
물 주기도 계절에 따라 달라집니다. 흙 표면 1~2cm가 마른 것을 확인한 뒤 흠뻑 주는 것이 기본인데, 여름에는 아침 일찍 주어야 낮 동안 뿌리가 과습이나 열기로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.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채소 재배 지침에도 고온기 엽채류의 관수는 이른 아침 시간대를 권장하고 있습니다(출처: 국립원예특작과학원).
자주 묻는 질문
Q. 상추 씨앗 뿌리고 흙을 얼마나 덮어야 하나요?
A. 씨앗이 살짝 보일 정도로만 얇게 덮는 것이 맞습니다. 상추는 호광성 종자라 빛이 있어야 발아가 잘 되는데, 흙을 두껍게 덮으면 그 빛이 차단됩니다. 저도 처음에 "마를까봐" 두껍게 덮었다가 발아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적이 있었습니다.
Q. 솎아내기 꼭 해야 하나요? 그냥 두면 안 되나요?
A. 제가 직접 겪어보니 솎아내기를 건너뛰면 흰가루병이 생깁니다. 빽빽하게 자라면 통풍이 막히고, 그 습한 환경에서 곰팡이성 병해가 빠르게 번집니다. 솎아낸 어린 잎은 버리지 않고 샐러드로 먹으면 아깝지 않습니다.
Q. 상추 꽃대가 올라왔는데 그래도 먹을 수 있나요?
A. 추대가 시작되면 잎이 질겨지고 쓴맛이 크게 강해집니다. 제가 여름에 키우다 추대된 상추를 직접 씹어봤을 때, 평소 상추와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쓴맛이었습니다. 식용으로는 사실상 어렵고, 그 시기가 되면 수확을 마무리하고 다음 파종을 준비하는 편이 낫습니다.
Q. 상추 수확할 때 한꺼번에 다 뽑으면 안 되나요?
A. 한꺼번에 뽑으면 그걸로 끝입니다. 바깥 잎부터 하나씩 따는 방식을 쓰면 새 잎이 계속 올라와서 한 화분에서 두 달 가까이 수확할 수 있습니다. 제가 가을에 이 방식으로 키워봤을 때, 처음과 비교하면 수확량이 몇 배는 달랐습니다.
Q. 베란다에서 상추 키울 때 물은 얼마나 자주 줘야 하나요?
A. 흙 표면 1~2cm를 손가락으로 찔러봐서 마른 것이 느껴지면 그때 흠뻑 줍니다. 매일 조금씩 주는 방식보다 이 방식이 뿌리에 훨씬 좋습니다. 여름에는 낮에 주면 열기와 과습이 겹쳐 뿌리가 상할 수 있어서, 아침 일찍 주는 것이 좋습니다.
결론
상추는 씨앗부터 수확까지 한 달이면 끝나는 식물입니다. 그 짧은 주기 덕에 실패해도 바로 다시 시작할 수 있고, 성공하면 바로 밥상에 올릴 수 있습니다. 직접 키운 상추로 처음 쌈을 싸던 날, 그 뿌듯함이 지금도 기억납니다. 그게 텃밭을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동기였습니다.
파종할 때 흙을 얇게 덮는 것, 발아 직후 과감하게 솎아내기 하는 것, 여름은 피하고 봄·가을에 집중하는 것. 이 세 가지만 지키면 실패 확률이 크게 줄어듭니다. 상추가 텃밭 입문 작물로 가장 많이 추천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. 저도 이걸 키우면서 그 이유를 몸으로 이해했습니다.
참고: https://www.youtube.com/results?search_query=상추+씨앗+파종+발아+수확+베란다+텃밭